레터 · 2026.09.18

창업을 결심하기 전에 폐업 숫자를 먼저 보는 이유

이 글의 요점
  • 신생기업의 5년 생존율은 34.7%입니다.
  • 폐업에는 정리 비용이 따로 듭니다. 평균 1,286만 원입니다.
  • 문을 닫기로 한 뒤 7.7개월 동안 적자가 더 쌓입니다.
목차 6절
  1. 1. 준비 기간은 평균 1년 남짓, 자본금은 8,300만 원입니다
  2. 2. 생존율은 계단처럼 내려갑니다
  3. 3. 폐업은 0원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4. 4. 한계에 도달하는 지점에는 숫자가 있습니다
  5. 5. 그래서 계약 전에 무엇을 보게 되는가
  6. 확인표

창업을 준비할 때 폐업 통계를 먼저 보는 사람은 드뭅니다. 겁을 주려고 쓰는 숫자로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숫자들은 겁을 주는 데 쓸 때보다 계약 전에 계산해볼 항목을 정하는 데 쓸 때 훨씬 쓸모가 있습니다. 얼마를 준비해야 하는지, 어느 시점에 무엇이 무너지는지, 그리고 그만두기로 했을 때 얼마가 더 드는지가 전부 이 안에 들어 있습니다.

이 글은 그 숫자들을 서명 전에 확인할 수 있는 형태로 바꾼 것입니다. 어떤 업종이 좋고 나쁘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습니다.

1. 준비 기간은 평균 1년 남짓, 자본금은 8,300만 원입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실태조사에서 소상공인의 평균 창업비용은 약 8,300만 원으로 집계됩니다 (2024년 기준 소상공인실태조사). 평균 창업 준비 기간은 약 13.7개월, 이 중 부채를 뺀 본인 부담금은 약 5,900만 원 수준으로 조사됩니다 (조사 원문).

여기서 평균이라는 말에 주의하셔야 합니다. 이 8,300만 원은 업종·규모·지역이 전부 섞인 값입니다. 내가 보고 있는 브랜드의 창업비용과 비교하는 기준선으로 쓰기에는 너무 거칩니다.

그리고 정보공개서의 창업비용 표에는 임차보증금과 권리금이 들어 있지 않습니다. 철거·전기증설·간판·소방, 실측 후 늘어나는 인테리어 추가분, 초도 물품과 집기, 인허가 비용, 개점 전 인건비도 대체로 빠져 있습니다. 표에 적힌 금액으로는 문을 열 수 없습니다.

2. 생존율은 계단처럼 내려갑니다

통계청 기업생멸행정통계 기준으로 신생기업의 생존율은 1년 차 64.9%, 3년 차 41.3%, 5년 차 **34.7%**로 알려져 있습니다 (관련 보도, KOSIS 산업별 신생기업 생존율). 숙박·음식점업은 이보다 가파릅니다. 5년 생존율이 **19.1%**로 보고된 해가 있습니다 (식품외식경제).

이 숫자를 읽을 때 두 가지를 구분해야 합니다.

첫째, 생존은 수익이 아닙니다. 생존율에서 살아남았다고 집계되는 사업자는 ‘사업자등록이 유지되고 있는’ 사업자입니다. 돈을 벌고 있다는 뜻이 아닙니다. 34.7% 안에는 적자를 감수하며 버티는 곳이 상당수 섞여 있습니다.

둘째, 이건 전체 산업 평균입니다. 내가 들어가려는 업종, 그 업종 안에서도 내가 보고 있는 브랜드, 그 브랜드 중에서도 내 상권의 점포는 이 평균과 다릅니다. 평균은 각오의 크기를 정하는 데 쓰고, 실제 판단은 브랜드 단위 숫자로 하셔야 합니다.

3. 폐업은 0원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가장 자주 빠지는 계산이 여기 있습니다. 사업을 접으면 손실이 그 시점에서 멈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중소벤처기업부 폐업 소상공인 실태 분석에 따르면 연간 폐업 사업자는 약 97만 6,000개사, 전체 폐업률은 **8.64%**입니다. 폐업 사업자의 **68.5%**가 정리 시점에 부채를 보유하고 있고, 평균 부채액은 8,531만 원입니다 (연합뉴스, 조선비즈).

여기에 두 가지가 더 붙습니다.

  • 정리 비용 평균 1,286만 원 — 상가 철거와 인테리어 원상복구, 임대차 중도해지 위약금
  • 폐업 결심에서 사업자등록 말소까지 평균 7.7개월 — 그동안 임대료와 고정비는 계속 나갑니다

창업비용 8,300만 원을 계산할 때 이 두 항목을 같이 세워두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원상복구 범위는 임대차계약서 특약으로 지금 정할 수 있는 항목입니다. ’입주 시점 상태로 인도’인지 ’골조 원상복구’인지에 따라 나중에 나가는 돈이 크게 달라집니다. 계약할 때 한 줄 적어두는 것과, 나갈 때 다투는 것은 비용이 다릅니다.

4. 한계에 도달하는 지점에는 숫자가 있습니다

같은 조사에서 폐업 사유로 **70.9%**가 ’고객 감소에 따른 매출 부진’을 꼽았습니다. 그리고 소상공인들이 한계에 직면해 폐업을 결심하는 지점은 최고 매출 시점 대비 월 매출이 40% 이상 줄었을 때로 보고됩니다.

이 40%가 계약 전에 쓸 수 있는 숫자입니다.

상담실에서 듣는 매출 전망, 또는 예상매출액 산정서의 숫자를 받았다면 그 값의 60%로 손익계산서를 한 번 더 써보세요. 임대료와 관리비, 대출 이자, 필수품목 최소 발주액, 가맹 로열티는 그대로 두고 매출만 40% 줄이면 됩니다.

그 시나리오에서 몇 달을 버틸 수 있는지가 사실상 이 사업의 실제 위험 크기입니다. 매출이 40% 빠지는 일은 드문 사고가 아니라 폐업의 표준 경로입니다.

5. 그래서 계약 전에 무엇을 보게 되는가

위 숫자들은 세 가지 확인 항목으로 정리됩니다.

흐름을 봅니다. 정보공개서의 최근 3년 가맹점 현황에서 신규개점·계약종료·계약해지·명의변경 수를 나란히 놓으세요. 단일 연도 값이 아니라 방향이 중요합니다. 신규개점이 갑자기 크게 늘어난 해가 있다면 그것도 표시입니다. 짧게 유행한 업종에서는 급증 다음 해에 폐업이 따라오는 형태가 나타나곤 합니다.

운영자금을 따로 세웁니다. 개점하자마자 계획한 매출이 나오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창업비용과 별개로 최소 6개월치 고정비를 예비 자금으로 잡아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나가는 비용을 미리 계약합니다. 원상복구 범위, 중도해지 위약금, 계약 갱신 조건. 들어갈 때 협상력이 가장 높고, 나갈 때 가장 낮습니다.


확인표

확인
☐ 창업비용 표에 임차보증금·권리금이 빠져 있다는 것을 알고 총액을 다시 계산했다
☐ 창업비용과 별도로 6개월치 고정비를 예비 자금으로 세웠다
☐ 제시받은 예상 매출의 **60%**로 손익을 다시 계산해봤다
☐ 그 상태에서 몇 개월을 버틸 수 있는지 숫자로 확인했다
☐ 임대차계약서의 원상복구 범위를 특약으로 명시했다
☐ 중도해지 위약금 조항을 읽었다
☐ 정보공개서의 최근 3년 신규개점·계약종료·계약해지·명의변경을 흐름으로 읽었다
☐ 신규개점이 급증한 해가 있는지 확인했다
☐ 생존율 통계가 전체 산업 평균이라는 것을 감안하고, 브랜드 단위 숫자를 따로 봤다

프차체크는 공시자료를 지표로 바꿔 보여주는 곳입니다. 어느 업종이 유망하다거나 어느 브랜드가 좋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위 항목 중에서는 정보공개서에서 읽어낼 수 있는 부분을 미리 정리해두는 정도의 역할입니다.

통계는 결심을 대신해주지 않습니다. 다만 얼마를 준비해야 하는지, 그리고 잘못됐을 때 얼마가 더 드는지는 알려줍니다. 그 두 가지를 알고 시작하는 것과 모르고 시작하는 것은 다릅니다.

(이 글은 3편 중 1편입니다. 2편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 통계를, 3편에서는 직장을 다니면서 창업할 때의 확인 항목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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